당신과 나의 문을 엽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door’

2월 17, 2015 at 4:04 오후 , , , , , , , , Door, home, , 문,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이지선, 집,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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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aes by Lee Ji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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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oir(Digital photography, 2014. Fontainebleau)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안과 밖을 구분하고 방과 방 사이를 가로막는 벽 위에 네모난 틀을 그린다. 검게 뚫려있는 구멍에 테두리를 만들고 구멍만큼 네모난 판을 달아 닫고 또 연다. 판의 앞면과 뒷면에는 같은 모양의 손잡이가 등을 맞대어 달린다. 마지막으로 비밀을 잠궈 놓을 수 있는 작은 구멍마저 생기면 당겨지기도 밀리기도 하는 문이 된다. 닫혀 있는 문은 사람의 키보다 조금 더 큰 비어있는 혹은 이미 그 자체로도 화려한 그림이 된다. 그리고 열리는 순간 문은 벽이 놓여진 평면의 공간을 순간 입체로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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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n train(Video excerpt, 2014)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누군가의 집 가장 앞자리에서 문은 화려하거나 혹은 단조롭게 손님을 맞이한다. 가로막힌 문 앞에서 사람들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손으로 약속된 소리를 만들어 너머의 인기척을 확인하기도 한다. 세트처럼 나란히 있는 초인종은 딱딱하고 강렬한 경고음을 내며 바깥의 사람을 알리거나 부드러운 음악소리를 내며 기다리는 손님에게 주인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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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OUR(Video excerpt, 2014)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조금의 정적과 기다림이 지나면 비로소 문이 열린다. 세월만큼 둔탁하고 무거운 삐그덕 소리, 공상영화에 들어온 듯 스르르 비밀스러운 소리, 문 뒤에서 사람을 맞으러 달려오는 들뜬 발걸음의 소리, 또는 언제인가 여행에서 사들고 온 장식방울이 정신 없이 달랑거리는 소리 문을 달고 있는 벽과 건물의 모습만큼 다양한 소리로 문이 움직인다. 곧이어 틈이 갈라지며 눈앞에 풍경이 활짝 열린다. 문 뒤에는 친숙한 방이 있기도 하고 익숙하지만 늘 불편한 사무실이 기다리기도 하고 러시아워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가 흘러 넘치기도 하고 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곳이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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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 blanc – Trous noirs(Installation view, 2015)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걷고 있는 길은 복도와도 같아서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다양한 얼굴의 문을 만난다. 그 중에 내가 찾는 주소에 놓여진 곳을 찾아 다가가고 문 앞에 서서 우리는 기다린다. 가로막힌 벽을 마주한 것과도 비슷한 모양새의 이 기다림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혹은 물속으로 뛰어들기 전 움츠림과도 비슷하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이 문을 넘겨 아침을 맞이하고 결심의 발걸음을 떼어 그 다음 방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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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Film excerpt, 2001) – Chris Columbus(Image source : www.harrypotter.wikia.com)

문 하나를 지나가면 또 다른 수많은 문들이 여기저기에 걸려있다. 비스듬히 열려있는 문은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고 밖에서 들려오는 공기의 시원함으로 갇혀 웅크려 있던 사람의 고개를 들게 한다. 이미 지나온 수 없이 많은 문들은 그때의 공간과 시간을 지킨다. 누군가 닫아놓은 문을 뒤이어 도착한 이가 다시 열기도 하고 언제인가 잠궈 놓은 문은 몇 명에게만 주어진 열쇠로 해제된다. 손 안에 쥐어진 작고 넓은 세계는 수시로 바꾸는 기호로 검은 어둠에서 화려한 화면으로 주인에게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문을 마주하는 우리는 닫혀있던 눈과 귀를 열어 세상을 맞이하고 또 뚫려있던 구멍을 꼭 맞는 문으로 덮어 마음의 방을 수호한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leejisun.blogspot.kr/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leejisu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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