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즈패션위크의 진정한 승자: 앤더슨, 그린, 섀넌, 루브친스키 Present situation of 2016 s/s men’s fashion week

9월 22, 2015 at 5:32 오후 2016 s/s men’s fashion week, Anderson, , , Christopher Shannon, Christopher Shannon 2016 s/s MFWX, Craig Green, Craig Green 2016 s/s MFW, , , , , culturemmag, Gosha Rubchinskiy, Gosha Rubchinskiy 2016 s/s MFWX, Green, J.W. Anderson, J.W. Anderson 2016 s/s MFW, Rubchinskiy, Shannon, 그린, 김예림, 루브친스키, 섀넌,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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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by style.com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몇 주가 지났다. 여전히 스트릿룩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셀렙 디자이너들이 있었고, 종종 그 옛적 반달리즘적 공산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이전만큼 신선한 충격이 되진 못하고 있다.

하이패션의 터줏대감들은 어땠는가? 알렉산더 왕, 발렌시아가엔 아무것도 없었고, 발망은 실망스러웠으며, 필립 림, 루이비통, 에르메스, 랑방 등은 비교적 수월했으나 누구도 진정으로 감동시키지 못했다.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건대, 음미할 만 한 많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리 대수롭지 않았다.

나는 감상에 젖어 얼마 지나지 않은 맨즈컬렉션의 영광스런 역사를 되짚어보았고,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암울했던 그 시기를 떠올려 보았다. 디올 옴므의 에디 슬리먼이 있었고, 입 생 로랑엔 스테파노 필라티가 있었고, 그 다음으론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달콤한 남자들(버버리 프로섬)과 라프시몬스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그리고 당연히 지방시의 스테디셀러 스웨트셔츠, 닐 바렛의 네오프렌이 있었다.

반면 암울했던 시기로는 당연히 2000년대 초반 몇 년간이나 지속되었던 디자이너들의 이탈리안 마초이즘을 향한 이해할 수 없는 열정이 도졌던 때가 있다. 지금이야 앤드로지너스란 단어가 남용되지만, 그땐 케이프, 발랄한 프린티드 점퍼는 물론, 파자마, 실크 리본, 베르사체의 연보라색 손가방도 없었다. 그럼에도 가장 끔찍했던 건 최고급 이탈리안 수트들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그것 밖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영광의 시절이 지났고, 디올 옴므, 에르메스, 입 생 로랑 등이 남성 패션계를 제패하던 시절도 지나버렸다. 오래된 일에 집착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나마 기분 좋은 사실 하나, 오늘 날의 남성 컬렉션이 여성 컬렉션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젊고 유명하지도 않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 거대한 패션하우스의 그것보다 종종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들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멋진 취향을 겸비하고 있다. 그 결과, 요즘의 젊은 힙스터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방시 대신 오프닝 세레머니, 오프화이트, 후드 바이 에어를 선택한다. 게다가 오늘 날 지배인들이 J.W. 앤더슨을 선두로 한 젊은 런던 총아들이라는 건 거의 자명한 사실이지 않나.

필자는 따라서 이 기사를 통해 얼마 전 막을 내린 2016 spring/summer menswear 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네 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쇼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젊고 유능한 작가들, 예술가들이며, 결코 미래의 포스트 루이비통, 생 로랑이란 타이틀만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선정된 컬렉션이 철저히 주관적 소견에 따른 것임을 또한 밝히는 바이다.

Craig Green 2016 s/s MFW

크레이그 그린, 그의 컬렉션만을 놓고 보자면 놀랍게도 단 세 번의 쇼밖에 치루지 않은 ‘진짜’ 신인 디자이너다. 그런데도 이 컬렉션은 단연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린은 먼저 저 모든 폭신하지만 절도 있는 페브릭들을 기술적으로 겹치거나 쌓아 올렸다. 거기에 긴 끈들을 매달았고, 오렌지, 노랑, 그리고 그린 같은 화려한 색상을 더해 마침내 그가 말하는 소위 ‘전사’로서의 패션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런 극적인 판타지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이 쉽사리 그를 칭찬하지 못 한 이유는, 다름아닌 그가 세 시즌째 계속 자신의 컬렉션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2015년, 그 충격적이었던 여름 데뷔 쇼에서, 그는 이번과 거의 동일한 수법으로 완전한 찬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퀼트, 검도복을 연상케 하는 테마는 물론 멋지게 펄럭거리는 절도 있는 패브릭까지 거의 동일했다.

Craig Green 2016 ss MFW

Craig Green 2016 ss MFW

결국 사람들의 호기심, 혹은 약간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을 시점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심각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이로써 모든 것이 해명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에게서 느꼈던 당혹감, 그건 실로 유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 불과했다. 저기 저 젖꼭지를 꼬아버린 혹은 길게 늘어뜨린 옷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 게다가 저 붉은, 동그란 구멍이 있는 거대한 ‘기’-표상물을 보라. 이 압도적인 자유로움과, 고급스런 유머 감각에 어떻게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번 컬렉션이 어떤 면에선 분명 동일한 영감의 베리에이션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대부분의 면에선 다른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난 그의 컬렉션을 한없이 칭찬할 것이며, 그의 해학을 이해하지 못한 대중이 그를 다소 비난할 지라도 그는 일체의 흔들림 없이 그만의 길을 가리란 걸 또한 믿는다.

P.S) 이 컬렉션엔 페미니스트적 장치가 숨어있다. 어딘지 찾아보시길!

J. W. Anderson 2016 s/s MFW

조나단 앤더슨, 그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는 로에베의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되기 훨씬 전, 아마도 세인트 마틴 시절부터 재능 있는 슈퍼스타였다. 그러나 사실상 현재의 앤드로지너스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생각되는 이 디자이너에게, 나는 이번만큼 감명받지 못했다. 정교하게 주름 잡힌 데님팬츠가 줄지어 나온 반면, 누드 톱을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니트웨어는 쉴 세 없이 변화했고, 과연 앤더슨답게 모든 룩에 빨간 버클 구두를 매치했다. 빨간 구두! 왜 다른 이들은 이런 시도를 하지 못했는가?

왜 여성성을 스커트나 실루엣에만 국한시키려 했는가? 이 매혹적인, 빨간, 댄서들이나 신을법한 슈즈는 남성이 엔드로지너스란 이름 하에 드러낼 수 있는 여성성을 가장 극적이고, 또 무심하게 표출해낸 일종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건 다름아닌 현대의 상징이었고, 페미니스트들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따라서 베스트룩을 꼽자면 당연히 저 상징과도 같은 12번째 룩이어야만 할 것이다.

J.W. Anderson 2016 ss MFW

J.W. Anderson 2016 ss MFW

마르고 곱상한 모델, 상의는 입지 않았고 하얀 플리티드 팬츠 밑으로는 역시 반짝이는 빨간구두. 스타일링이라 할 것도 없는 이 룩에서, 나는 현기증 날 만큼 연약한 존재, 따라서 우스꽝스럽지만 가장 순결한 어떤 존재를 보았는데, 그건 마치 처음으로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마주했을 때의 기분과도 아주 유사했다. 나는 향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것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책자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의 쇼에서 또 한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몇몇 모델들 손에 걸려있던 어떤 금속 프레임이다. 거기엔 아주 평범한 물건들, 이를테면 열쇠나 자물쇠, 액세서리 따위의 잡동사니들이 걸려있었는데, 그가 이토록 무용하고 패셔너블하지도 않은 물건을 대체 왜 만들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영리한 앤더슨은 이 요상한 물체를 통해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이패션이 현대 미술관과 백화점 계산대 사이를 방황하는 지금, 우리가 따져야 할 건 결코 고상한 유용성만은 아니란 것을 말이다.

실로 앤더슨 쇼에 달린 수 많은 부정적인 코멘트들 이 대변하듯, 패션이 실용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 중 몇몇은 심지어 앤더슨의 진정성마저도 심각하게 공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 이유는 그 조차도 그가 만든 종류의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 길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창작자의 실제와 작품의 경향성이 동일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 없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패션계의 자칭 ‘현실주의자’들은 점점 그들의 유머감각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들이 부디 앤더슨의 ‘뼈만 남은 가방’을 보고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기를!

Gosha Rubchinskiy 2016 s/s MFW

고샤 루브친스키는 데뷔 즉시 힙스터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빨간색의 러시아로 로고가 새겨진 하얀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렸고, 즉시 브랜드의 시그니쳐 아이템이 되었다. 게다가 이미테이션 시장이 바삐 움직였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반응이 열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파리에서 첫 날 열렸던 이번 루브친스키의 컬렉션은 전적으로 기괴하거나 창조적이라기보단 ‘흉측한’ 것들의 조합이었다. 힘껏 잡아올린 고무줄 바지, 경박스런 노란 스티치, 어디에나 네온컬러가 판을 쳤고, 그것들은 끔찍하게도 에메랄드 그린과 결합했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 스키장을 연상케하는 요란한 폴리 제품들은 가슴팍에 대문짝만하게 박힌 ‘1984’란 숫자만큼이나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했다. 그의 주특기가 80년대 러시아이긴 하나,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패션 디스토피아! 카린 로이펠드가 통곡할 것이다!

그런데 다름아닌 쇼의 막바지에서, 별과 톱니바퀴 그리고 빨간 직사각형을 머리에 끼고 나온 모델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이후,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저 경멸스런 바람막이 앞에서 기뻐했다고?

Gosha Rubchinskiy 2016 ss MFW

Gosha Rubchinskiy 2016 ss MFW

미리 말해두건대, 1984는 당연히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이 아니다. 1984는 LA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바로 그 해이고, 동시에 당시 최고 국력을 자랑했던 러시아가 이 올림픽에 불참했던 서글픈 한 해 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루브친스키의 이런 노골적인 추태는 다름아닌 당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오마주였던 것이다. 투박한 리복 스니커즈, 기하학적 패턴과 종아리까지 잡아당긴 컬러풀한 양말까지 모두 다. 1984 로고 플레이와 우스꽝스런 헤드피스는 어쩌면 되돌려 받지 못한 영광에 대한 유머러스 한 역설법이었을 것이다.

반면, 생각해보면 이런 사실을 모조리 제외하더라도 루브친스키의 쇼는 상당부분 매력적일 수 있다. 우선 그의 개성이 극렬하게 드러나고, 뻔하디 뻔 한 스포츠 캐주얼이란 재료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요리했던 디자이너는 드물다는 사실이 있다. 그는 확실히 영리한데, 다른 이들처럼 뻔한 트렌드를 교묘히 숨겨놓는 대신, 마치 조롱하듯 대담하게 노출시켜버렸다. 그것이 다소 추악해 보였을지언정, 결과적으론 그의 아이러니한 목표를 완벽히 달성시키기에 충분한 컬렉션이 되었다.

게다가 이번 컬렉션은 스트릿 패피와 루브친스키 애호가들에 의하여 미친 듯이 팔려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러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이 못생긴 옷들과, 영광스런 오마주는 순식간에 품절될 것이니까.

Christopher Shannon 2016 s/s MFW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섀넌은 근래 가장 힙 한 ‘젊은 런던 총아’들 중 한 명이다. 그의 개성, 그리고 특별히 비꼬는 듯 한 유머감각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우선 이번 컬렉션은 늘 그렇듯 섀넌 다운 재치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전만큼 재치 넘치는 기막힌 프린트는 없었지만, 스포티즘을 뻔하지 않게 내 보이는 방식, 아방가르드와 현실감각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탁월한 재능이 특별히 돋보였다. 거품을 얼굴과 머리에 잔뜩 묻히고 나온 모델들은 과장된 바지를 입었고, 여성의 속옷을 목에 둘렀으며, 종종 옷에는 두꺼운 테이프를 잔뜩 붙여 놓기도 했다.

Christopher Shannon 2016 ss MFW

Christopher Shannon 2016 ss MFW

게다가 반쯤 사라진 옷, 비대칭 지퍼장식과 뒤틀리고 변형된 마지막 후드 재킷 등에선, 그가 어느 정도로 현대적인 유머를 풍부하게 구사할 줄 아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결국 우스꽝스럽기도, 섹시하기도 한 이번 쇼에서, 향락주의, 나르시시즘, 괴짜, 콜 모어 따위의 말들이 떠올랐다. 분명 섀넌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아, 크리스토퍼 섀넌은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번 쇼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발렌티노의 뛰어났던 파자마와 프라다의 데님, 그리고 no21과 msgm의 노골적인 승리를 뒤로하고 우리가 현재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블루종으로 대변되는 끊임없는 스트리트 스포티즘? 지방시의 체크셔츠? 크리스토퍼 케인 혹은 마르셀론 불론의 기하학적 티셔츠? 아님 슈퍼사이즈 팬츠?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라져가는 다원주의,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독창성이다.

우리는 흥분되는 혁명의 첫 날처럼, 맨즈 패션위크에서 다시 한번 파격과 흥분을 느낄 수 있기를 요구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남성들이 다져왔던 아름다운 취향처럼 말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묻는다. 이번 패션위크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345Contributor, Lee Seung Min

A freelance fashion columnist, Lee Seung Min tells about fashion, art, culture by his own unique view point more in-depth and make interesting.

프리랜서 패션 칼럼니스트인 이승민은 패션과 예술, 그리고 문화 전반에 대한 심층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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