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화자의 대하여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voice-over’
Images by Lee Ji Sun
낮게 깔린 베이스 기타 위에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드럼의 리듬이 더해지고 하나의 조화를 이루려는 소리들이 더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 위를 헤엄치듯이 멜로디가 가로지른다. 이미 시작되어 하나씩 발맞추어 가는 소리들을 따라가기도 하고 앞지르기도 뒤돌아 거꾸로 가기도 하면서 멜로디는 함께 혹은 혼자서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i : letter(Video excerpt, 2013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영사기의 프로젝터가 돌아가고 어두운 공간 안에 네모난 빛의 무대가 눈앞에 만들어진다. 그 사각 틀 안에서 색의 점들이 서로 엉키고, 움직임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며, 시각효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등장하는 목소리. 목소리에 들어맞는 입 모양도 손짓도 혹은 표정은 화면 안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옆인지 뒤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부터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nostalgia) (Film excerpt, 1971) – Hollis Frampton(image source : www.retentionalfinitude.blogspot.com)
작품의 창조자 혹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화자는 때때로 자신의 목소리를 독립적으로 드러낸다. 그 목소리는 영상 혹은 설치 속 이미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따라가는 듯 다른 길을 간다. 이러한 더해진 목소리는 영화, 비디오 혹은 설치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보여지는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하기도하며, 인물의 속마음을 꺼내기도 혹은 보여지는 것 옆에서 또 다른 두 번째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La Jetée (Film exerpt, 1962) – Chris Marker(image source : www. nybooks.com)
목소리와 언어로만 느낄 수 있는 화자의 존재감은 영상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들과도 구분된다. 듣는 이는 목소리의 색과 톤으로 성을 구분하기도 혹은 못하기도 하고, 말하는 언어로 이야기를 이해하기도 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동시에 보여지는 시각요소들은 이 지배적인 청각요소와 교묘하게 섞이고 관객의 상상력과 개인적인 인간관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물의 표정을 그리고 모습을 상상한다.

L’année dernière à Marienbad (Film exerpt, 1961) – Alain Resnais(image source : www.yazihaneden.com)
때때로 화자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나”라는 존재를 한번 더 가상의 존재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를 제3자의 위치에 놓기도 한다. 영화나 비디오와 같은 영상매체에서 보여지는 것과 구분되는 화자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의 정체성과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La première présentation de l’ombre (Video exerpt, 2010)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이렇듯 화자의 목소리는 듣는 이를 사로잡고 그 소리의 리듬에 심장소리를 맞추게 한다. 또 그것은 마치 군중의 여기저기로 튀어가는 목소리들 한 가운데서 나에게만 은밀하게 들려오는 귓속말처럼 비밀스럽고 가깝게 느껴진다. 프레임의 안 혹은 밖에서, 때로는 서로 다른 소리와 소음들의 오케스트라를 마에스트로처럼 지휘하고 때로는 하늘에 선을 긋고 지나가는 비행기자국처럼 질서를 무시하면서, 목소리는 비로소 화자를 떠나 작품의 목소리가 된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leejisun.blogspot.kr/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leejisun.blogspot.kr/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