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enery of vineyards in harvest time 수확철의 포도밭이 그립습니다
Photos by Chun Eun Sue
수확기의 포도밭은 일년 중 가장 푸르고 풍성하다. 뜨거운 햇빛의 절정을 뽐낸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오면 마치 보름달이 차오르듯 포도밭은 꽉 찬 기운을 내뿜는다. 이맘때 포도밭을 걷다 보면 흙의 기운이 가득 찬 힘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농부들은 바빠진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빈티지(vintage)’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농사에서 시작된다. 빈티지는 포도를 수확한 해이자 와인을 만든 년도인데 같은 와인이더라도 빈티지에 따라 전혀 다른 와인이 된다. 와인이라는 것이 생산라인에서 조립한 공산품이 아니라 농작물인 포도 100%로 만든 것이니 그 해의 농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좋은 와인이란 잘 지은 한 해 농사가 이뤄낸 수확의 결실이다.
늦여름에 시작된 포도 수확은 가을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 이 기간에는 한 시간에 한대씩 다니는 부르고뉴의 버스도 평소와 달리 자리가 꽉 찬다. 포도 수확으로 일당을 벌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조용하던 프랑스의 시골마을도 시끌벅적해지는데 대부분이 프랑스 자국민이 아닌 루마니아, 폴란드 등의 타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포도밭에서는 기계를 사용해 수확을 하지만 소규모 포도밭에서는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물론 품질을 우선시 하는 생산자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손 수확을 고집한다. 어른 가슴팍보다 낮은 나무에서 포도를 따다 보니 하루 종일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한다. 등록금을 벌러 온 젊은 대학생들도 저녁이면 녹초가 되어 돌아온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인 저녁 식탁에는 역시 피로를 풀어주는 와인 한잔이 빠지지 않는다.
봄, 여름 동안의 날씨가 그 해 농사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수확기 때의 날씨이다. 특히 포도는 나무에서 따면 바로 산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수확 후 포도를 얼마나 빠르게 양조장으로 옮겨 손상 없이 양조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수확 철에 비가 오면 산화 속도가 급증해 포도에는 매우 치명적이며 와인의 맛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준다.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된 포도 수확의 열기는 잠깐의 비로 소강상태로 접어들기도 한다. 거기에 우박까지 섞여 내리니 농장 주인들의 걱정은 커지는 반면, 인부들은 쉬면서 돈을 벌기도 한다. 3일 동안 궂은 날씨가 이어지자 어떤 밭에선 빗속에서 수확을 강행했다. “인부가 아무리 놀아도 비 오는 날 저렇게 수확하는게 아니야…” 그 모습을 본 한 농부 아주머니의 안타까운 혼잣말이 귓가에 선하다.
모든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포도 수확은 마지막 그 날 까지 하늘이 허락한 좋은 날씨와 한 송이 한 송이 일일이 손으로 거둬들이는 사람의 손길이 더해지는 길고도 고된 과정의 결실이다. 도시의 바쁜 하루 속에서 미세한 날씨의 변화는 대수롭지 않은 시간의 흐름일 뿐이다. 하지만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포도밭에서는 하루 동안의 아주 작은 날씨의 변화도 실시간으로 포도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 포도 수확이 한창일 지금, 2014년 올해의 수확기 모습이 또 궁금해 진다.
Contributor, Chun Eun Sue
Wine expert, Chun Eun Sue had worked in Korea best wine magazine as a senior marketing & international manager. Now she is working in the leading wine company in Korea.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wine & travel essay once a month.
와인 전문가 전은수씨는 국내 최고의 와인매거진에서 국, 내외 와인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국내 와인회사에서 마케팅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 유명 와인산지를 직접 답사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컬쳐엠매거진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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