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둘러싼 오해 Champagne or Sparkling wine?
Photos by Chun Eun Sue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연말연시에는 즐거운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모임이 기다려진다. 그런 자리에 딱 어울리는 와인은 역시 샴페인이다. 특별히 축하할 일이 없더라도 샴페인 잔을 들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주보고 잔을 부딪히게 되니 그야말로 샴페인은 여럿이 함께 즐겨서 더 의미 있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샴페인은 쉽사리 오해를 받는 와인이기도 하다. 샴페인이 아닌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 부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 오해의 근원은 원산지에 있다. 똑같은 포도와 양조방법으로 만든 와인이더라도 원산지가 달라지면 법적으로 샴페인이라 부를 수 없다. 오직 ‘샹빠뉴(Champagne)’라는 지역의 와인만이 샴페인이 될 수 있다. 즉,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빠뉴 지역에서 전통적인 양조방법으로 만든 와인으로 스파클링 와인에 속한다.
‘와인을 많이 마시다 보면 결국 샴페인을 찾게 된다’ 말할 정도로 잘 만든 샴페인의 맛은 한 차원 높은 고수의 영역과 같은 느낌이다. 그 묘하고 깊은 맛의 세계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버블, 바로 기포이다. 샴페인을 잔을 따르면 수없이 많은 기포가 올라와 마치 술이 반짝이는 느낌을 준다. 기포는 작으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올라올 때 좋은 샴페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흔히 진주알 같다고 많이 표현한다.
샴페인의 기포는 2차 발효를 통해 만들어 진다. 일반 와인과 동일하게 1차 발효가 끝난 포도주를 병에 담아 사탕수수의 설탕과 효모를 첨가한다. 그리고 시원한 동굴 안에 눕혀 최소 12개월 동안 보관하면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이루어 진다. 효모에 의한 설탕 발효는 탄산가스를 발생시키고 압력이 높아져 거품이 생기고 기포가 만들어진다.
2차 발효 후 찌꺼기가 되어 가라앉은 효모는 아주 서서히 병 속에서 꺼내야 한다. 먼저, 병목이 아래로 향하게 기울어진 선반에 꽂아 매일 아주 천천히 돌리는 과정을 약 6주간 계속하면 효모 찌꺼기가 병목에 모인다. 이를 르뮈아쥬(Remuage)라 하는데, 전문가의 경우 시간당 6천에서 8천 병을 돌린다고 한다.
그 다음의 과정은 데고르쥬멍(Dégorgement)으로 병목을 0°C 이하의 찬 소금물에 담궈 급속 냉각시킨 후, 병마개를 열면 병 속 가스의 압력으로 찌꺼기가 얼어 튀어나오게 된다. 그리고 효모 찌꺼기가 빠져 나온 양만큼을 사탕수수당과 샴페인을 혼합하여 채운다. 이를 도자쥬(Dosage)라 하며 당의 정도에 따라 브뤼(Brut), 드미 쌕(Demi-Sec), 두(Doux) 등의 당도 차이가 결정된다. 가장 보편적인 샴페인은 브뤼(Brut)로 단맛이 없는 스타일이다.
이 모든 양조과정을 지켜보면 정말 놀랍다. 방법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놀라운 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요한다는 점이다. 또한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이 맞아야 하기에 지하 2~3층 깊이의 땅속 동굴에서 양조와 숙성이 진행된다. 지하 동굴을 흔쾌히 보여준 샴페인 생산자 때땡져(Tainttinger) 역시 총 길이 4km에 달하는 지하에 약 300만병의 샴페인을 저장 중이었다.
로마시대에 지어진 때땡져의 지하 동굴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샴페인을 저장하는데 최고의 셀러였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샴페인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했다. 섬세한 버블과 신선한 향, 깔끔하고 우아한 최고 균형의 맛까지. 무엇 하나 거부감 없이 편안히 넘어가며 길게 남는 여운은 샴페인에 빠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맛이다.
샹빠뉴을 떠나며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너무 잘 만든 스파클링 와인인데 샹빠뉴 지역의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훨씬 먼 지역에 위치한 이 생산자가 바로 본의 아니게 억울할 것 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무(Limoux) 지역의 씨에르 다르퀴(Sieur d’Arques)는 프랑스에서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꼽힌다. 포도품종은 다르지만 양조 방법은 샴페인과 동일하다. 명칭은 샴페인 대신 ‘크레망 드 리무(Crémant de Limoux)’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리무는 현재 샹빠뉴 방식이라 부르는 양조방법을 실제로는 샹빠뉴 보다 먼저 발견한 지역으로 ‘세계최초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지’라는 수식어로 대변되는 곳이다. 씨에르 다르퀴의 최고급 크레망은 샴페인 못지않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병 속 2차 발효까지 양조의 거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여 보다 대중적인 중저가 크레망을 다양하게 생산한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이들의 크레망 드 리무를 꼭 시음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샴페인을 좋아하는 입맛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샴페인부터 크레망까지, 스파클링 와인은 그야말로 반짝이는 버블 속 예술의 술이다. 와인과 함께 하는 만남이 반드시 격식을 차리고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마시는 와인이 가장 가치 있는 와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나눠 마실 와인 한 병을 준비하는 기쁨. 스파클링 와인을 여럿이 함께 즐기는 술이라고 소개한 것도 그 기쁨의 이유에서이다.
Contributor, Chun Eun Sue
Wine expert, Chun Eun Sue had worked in Korea best wine magazine as a senior marketing & international manager. Now she is working in the leading wine company in Korea.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wine & travel essay once a month.
와인 전문가 전은수씨는 국내 최고의 와인매거진에서 국, 내외 와인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국내 와인회사에서 마케팅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 유명 와인산지를 직접 답사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컬쳐엠매거진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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