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Drink, Love in California 캘리포니아에서는 먹고 마시고 사랑하세요
Photos by Chun Eun Sue
와인 종주국 프랑스의 와인산지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와인을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짜릿한 최고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언어, 음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이국적인 문화가 주는 낯선 기분은 떨쳐낼 수 없는 긴장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는 뭔가 다르다. 아니, 확실히 다르다. 유럽과 같은 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무언가 격식이 덜한, 그래서 긴장감이 풀리는 캘리포니아만의 자유로움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이야기 하며 꼭 하고픈 말은 ‘캘리포니아=나파’는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나파(Napa Valley)에 훌륭한 와인 생산자들이 많이 있지만 캘리포니아에는 나파만 있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파가 있는 북쪽이 아닌 약 80km 남쪽에 위치한 산타 크루즈 마운틴(Santa Cruz Mountains)의 릿지 빈야드(Ridge Vineyards)가 바로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산자이다.
산타 크루즈 마운틴은 1981년 ‘산타 크루즈 마운틴 공식인증포도재배지역(Santa Cruz Mountains Viticultural Appellation)’으로 승인 받은 포도생산지로 대부분 가족경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주를 이룬다. 그 중 하나인 릿지 빈야드는 몬테 벨로(Monte Bello) 와인으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와이너리다.
하지만 와이너리는 유명세와는 달리 소박한 시골 농장처럼 작기만 하다. 와인의 이름인 ‘몬테 벨로’는 와이너리가 위치한 지역 이름이었다. 몬테 벨로 밑으로 자욱하게 낀 안개는 이 지역의 기후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뜨거운 태양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프랑스 보르도 포도품종을 생산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지형부터 와인 설명까지 자세히 소개해준 폴 드래퍼(Paul Draper)는 40년 넘게 릿지의 와인메이커로 릿지 빈야드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그의 설명처럼 릿지 와인은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로 까베르네 소비뇽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까베르네 소비뇽을 ‘포도의 왕’이라 부를 때 느껴지는 그 왕의 느낌. 와이너리는 소박한 농장같이 보였으나 릿지의 와인엔 무언가 깊고 큰 세상이 느껴졌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인 산지를 꼽으라면 단연 파소 로블즈(Paso Robles)이다. 샌프란시스코와 L.A의 정 중앙에 위치한 파소 로블즈는 스페인 풍의 이국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곳이다. 1797년, 스페인 선교사 생 미켈(Saint Miquel)이 처음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하면서 이곳의 와인 역사가 시작되었다. 생산되는 와인의 80%가 레드 와인이지만 품종은 제 각각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국제품종은 물론이고 프랑스 론, 이탈리아의 품종 등 말 그대로 다양하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파소 로블즈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만큼 확실히 개성 만점이다.
이곳에서 방문한 생산자 역시 독특했다. 마틴 & 웨이리치(Martin & Weyrich) 와이너리. 입구에 위치한 ‘Villa Toscana’라는 작은 표지판이 보여주듯 이들은 이탈리아 품종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었다. 1981년 설립 이후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등으로 만든 와인을 선보이며 최고의 이탈리아 품종 와인생산자로 손꼽히고 있다. 시음한 와인들은 모두 훌륭했다. ‘미국에서 굳이 왜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막상 와인을 맛보니 생각이 단순해진다. 따질 거 뭐 있나 이렇게 맛있는걸. 이곳이 파소 로블즈이구나.
와인을 많이 시음하다 보면 꼭 목이 마른다. 포도밭을 오래 돌아다니면 더욱 그렇다. 지프 트럭으로 넓은 밭을 소개하던 한 생산자는 목 마른 나에게 이걸 꼭 시음해야 한다며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병을 건넸다. 캘리포니아 포도밭 한 가운데서 맛본 시원한 맥주는 최고급 와인의 맛만큼 황홀했다. 이것저것 다양한 와인부터 맥주까지 조금은 더 가볍게 그래서 더 친근하게 잔을 건냈던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자들은 지금도 편안한 친구처럼 기억된다.
Contributor, Chun Eun Sue
Wine expert, Chun Eun Sue had worked in Korea best wine magazine as a senior marketing & international manager. Now she is working in the leading wine company in Korea.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wine & travel essay once a month.
와인 전문가 전은수씨는 국내 최고의 와인매거진에서 국, 내외 와인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국내 와인회사에서 마케팅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해외 유명 와인산지를 직접 답사한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컬쳐엠매거진에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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