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의 이야기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horizon’
Images by Lee Ji Sun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무지개는 회색 빛 하늘 위에 빛의 선을 그린다. 부드러운 곡선은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서 다른 쪽 멀리 있는 지점을 향해 끊임없이 이어진다. 윤곽이 지워진 듯한 구름들은 둥실둥실 위에 걸려있고 네모나고 뾰족한 건물들과 전선들은 빼곡하게 아래에 깔려있다. 그리고 바라보는 정면에는 위의 세계와 아래의 세계를 나누는 지평선이 가로로 길게 그어져있다.
하늘과 땅, 중력과 대기,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동그란 지구의 자연환경이 만들어내는 이 가로선은 뚜렷한 듯 희미하고 기울어짐 없이 곧게 뻗어있다. 그리고 오직 멀리에서만 바라볼 수 있게 시선의 위치를 따라 다가오거나 물러서면서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가로선을 중심으로 아래에서 위로 이동한 밝은 점 하나는 낮을 비추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여 잠에 빠진다. 세상은 강강술래하듯 돌고 돌아 낮이 밤이 되고 또 아침이 되며, 계절이 변하고, 사라지는 것들을 닮은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여 이어간다. 회전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가로선 위에 그어진 수많은 세로선들은 쉼 없이 바삐 움직여 위, 아래로 길어지다가 기울어지기도 꺾이기도 혹은 하늘로 향하기도 땅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수많은 선들 가운데 나의 몸은 나의 지평선을 마주한다. 지평선 위에서 내 발과 닿아있는 이 점은 그 동안 걸어온 여정의 도착점이고 동시에 앞으로의 출발점이다. 기차를 다리 삼아 조금 더 빨리 지평선을 따라 달리다가도 나무처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기도 한다.
점점 더 높아지는 건물은 곧게 뻗은 직선에 쉼표를 찍고 공기와 먼지를 담아 한껏 무거워진 안개는 선을 흐릿하게 짓누른다. 같은 날 하늘과 물이 만나는 또 다른 지점, 맑게 개인 날씨만큼 뚜렷해진 가로선은 사람들의 지나가던 시선을 잡고 추억과 상상을 끌어내기도 한다.
세상의 한 면을 담은 그림 속이나 움직이는 영상 안에서도 지평선이 있다.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다른 주인공들에 가려 숨어있기도 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수학공식을 따라 그려진 지평선은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대변하고 시대를 반영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면에서 마주하던 곳에서 잠시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본다. 그곳에도 지평선은 그려진채로 가만히 놓여져있다. 지나온 풍경은 배경이 되어있고 짙고 옅은 발자국들은 촘촘하게 이어져 구불구불한 또 다른 선을 그리고 있다. 다가갈 수 없게 멀리에서만 바라보던 과거의 지평선 한 가운데에 현재의 점을 찍는다. 그리고 앞에 놓여진 지평선을 향해 또 걷는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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