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who was selected by Canne, Xavier Dolan 이제 겨우 26살, 자비에 돌란
Photos by J’ai tue me mere official homepage & Flickr
개인적으로 영화라는 예술을 ‘훌륭하다’라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기준들이 모든 영화에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진실성’과 ‘명쾌함’만큼은 어떤 영화를 ‘명화’라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나는 영화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애호가로써,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천재’라고 인정받아온 한 청년, 자비에 돌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아마도 자비에 돌란을 향한 낭만과 환상을 갖고 있는 영화 애호가들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만 골라 말하자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기 활동을 해온 훌륭한 배우이고,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고다르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감독이며, 실험적이고 흥미로운 그의 모든 각본들의 주인공이다. 참고로 그의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무려 16살에 시나리오를 구상했으며 19살에 그가 직접 영화화했다.
그런 그가 현재 고작 26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도 충분히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의 천재성에 대해 의심했다. 누군가에 대한 ‘천재적이다’ 라는 평가가 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흐려놓을 수 때문이다. 그래서 천재성에 대한 논의는 다소 오만해 보일 만큼 냉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자비에 돌란을 바라보는 비평가들의 견해는 확실하게 나뉜 것 같다. 하나는 두말할 필요 없는 시대의 천재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가 몇몇 비평가들과 대중이 낳은 스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그의 영화에 담긴 작가주의와 괴짜천재를 만들어내기 위한 언론의 과대망상, 그리고 대중의 보잘것없는 편견이야말로 그의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단 한편도 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그를 천재라고 단정짓고, 확신했으며 그에 대한 어떠한 여지도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심사숙고 끝에 그가 진실된 감독이라는 확신을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현대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영화로 극찬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를 천재로 몰아세워야만 한다면, 그건 그에게도 불쾌한 대접일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점은 ‘왜 그의 작품이 속 어떤 요소가 그에게 천재라는 타이틀을 선사한 것일까?’라는 것이다. 나는 오직 작품만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선, 그의 영화에는 다분히 누벨바그적 리얼리즘이 녹아있다. 그의 화법은 애초부터 매우 심리적이고, 전혀 규율화 되어있지 않기에 폭발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나리오들은 대체적으로 아주 개인적인 문제들에서 시작되는데, 그는 이러한 것들을 여느 위대한 명작들처럼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시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특유의 펑키한 유머감각을 곁들여 관중 앞에 내놓는다. 이런 요소들이 확실히 프랑스 영화계의 68혁명이었던 누벨바그운동의 그 활기찬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 모든 매력 중에서도 그를 천재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탁월한 정체성 코미디이다. 예를 들어 그의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서 휴베르트가 엄마가 죽었다고 담임교사에게 거짓말하고 엄마에게 들킨 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뜻 밖의 희열감을 느낀다. 나는 그런 재간을 지닌 감독은 오늘날 확실히 드물다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는 그가 거의 모든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했던 화제작 ‘마미’도 그렇고, 그는 대부분의 테마를 한 인간의 정체성으로부터 시작해 그것을 주변인들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통해 삶의 어떤 보잘것없는 비극과 결핍, 그리고 모순을 보여주곤 한다. 물론 그의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고안한 여러 다소 미성숙한 신비주의를 완전히 걷어낸 후, 직관적으로 인물들의 불명료해 보이는 태도와 심리를 음미해야 하는데, 오락영화에 많이 노출된 관객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이런 무작위적 예술의 혼란 속에서 조금의 불편함을 인내할 수 있다면, 그의 영화는 더없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고상하게만 보였던 돌란의 영화들이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런 실존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 과정은 일상의 불쾌함들을 아주 지적이고 예술적인 뉘앙스로 대응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며, 만일 돌란의 고결함을 짚어낸다면 바로 이런 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영화에 집약된 여러 기발한 장치들이 그가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부추긴다. 다시 말해 그의 작품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동성애라는 다소 파격적인 코드, 무미건조해 보이는 영상, 변주적 음향,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울한 효과까지.
그는 영화 ‘마미’에서 5:5라는 실험적인 화면비를 선보였고, ‘탐엣더팜’에서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언가에 쫓기고 짓눌리고 있는 듯한 서스펜스를 부여해 어두운 분위기에 부성애적 현기증을 더했다. 그런 기막힌 장치들은 비로소 그의 영화들이 영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교육’과 비슷한 노선을 밟을 것이라는 호사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으며, 그런 요소들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할 가장 타당한 근거라고 말하고 싶다.
자비에 돌란. 나는 그를 변호하려 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그는 ‘천재적인 마케팅이 이룩해낸 천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가 만들었던 작품들과, 영화에 대한 ‘진솔’하고 ‘명료’한 태도로 보아, 그의 ‘천재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최연소 천재라는 대중의 무의미한 논쟁 덕분에, 그는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으며, 또한 그가 훌륭한 영화를 향한 옳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돌란 본인이, 스스로가 천재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데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Contributor, Lee Seung Min
A freelance fashion columnist, Lee Seung Min tells about fashion, art, culture by his own unique view point more in-depth and make interesting.
프리랜서 패션 칼럼니스트인 이승민은 패션과 예술, 그리고 문화 전반에 대한 심층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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