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는 ‘차단’과 ‘단절’을 뜻하지 않습니다 Lee Ji Sun’s ‘About the frame’
Images by Lee Ji Sun
끝이 보이지 않게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은 수많은 테두리에 담긴다. 네모난 캔버스에는 페인트의 옷을 입은 풍경과 사람들이 그려지고, 동그란 시계에는 세계 곳곳 약속된 방향, 같은 속도로 돌아가는 바늘이 시간을 담는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계가 빛의 틀에 담겨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네모난 화면에서 보여지고, 그 위에서는 사람들의 말들이 글이 되고, 표정이 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무한대로 열려있는 허공에서 정처 없이 움직이던 우리의 시선은 넘을 수 없는 경계를 만난 듯 테두리 옆에서 멈추고 다시 방향을 돌려 사각의 안쪽으로 왔던 길을 돌아간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도 나뭇가지는 자유롭게 뻗어가고 새는 빠르게 사방으로 비행한다. 눈 앞의 광경을 카메라의 화면을 거쳐 바라보고, 기억하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의 평면 안에서 찾는다.
두 개의 쌍둥이 테두리는 흐릿해진 눈을 밝혀주기도 하고, 타 버릴듯한 햇빛을 막아 세상을 조금 어둡게 만들기도 하며 평면의 화면에 볼륨을 가득 실어주기도 한다. 손가락 끝마다 있는 자그마한 손톱의 테두리 안에는 형형색색의 자신만의 열 가지 그림들을 담고 다니고, 동그란 얼굴의 테두리 안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담는다.
과거의 모습이 사진의 테두리 안에 담겨 있고, 사진은 휴대폰 혹은 컴퓨터의 화면 안에 저장되거나 현재의 내 손 위에 들려있다. 가만히 고정되어있는 육체와는 달리 우리의 상상력은 그림이나 화면의 틀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에 매혹되어, 보다 깊고 넓은 세상으로 들어간다.
울타리를 치듯 공간을 가르고 공기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테두리는 동시에 꽉 막힌 평면 위에 뚫어놓은 숨구멍과도 같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장면을 담고 현재와 함께 미래로 움직인다.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흐르는 시간은 또 다른 테두리의 것과는 다른 템포와 무게를 갖는다.
태어나고 머물다가 떠나는 테두리의 순환은 세대를 걸쳐 반복되고 세상은 서로 다른 테두리가 얽히고 설켜 이어진다. 그것들은 반듯한 동그라미나 네모의 모양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꼭지점이 있기도 하고 그 경계가 흐릿하기도 하다. 순환의 한 지점에서 만난 틀들은 서로의 윤곽을 대어보고 맞추어 나가면서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합해진다.
그렇게 몇 개의 조각난 요소들이 맞물려서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누군가에는 기억을, 누군가에는 답을 전해주고 다시 해체된다. 찢겨나간 종이 한 장은 때론 동시대를 살아간 작가의 가장 소중한 캔버스가 되어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기도 하고, 말로는 전하지 못할 마지막 글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간다. 벌판에 벽을 둘러 집이라는 테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견고한 벽에는 네모난 구멍을 내어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창과 문을 달고, 해와 달의 빛을 받고, 구름에 시선을 맡기기도 하고, 자연의 생생한 그림을 명상하기도 한다.
벽을 허물고 새로 지어서 방의 윤곽을 바꾸고, 꼭지점의 방향을 비틀어 공기의 흐름을 바꾼다.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에 삶을 맞추어가는 우리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엄마 아빠가 지어준 틀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 닮은 듯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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