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선택한 남자, 알레산드로 미켈레 Gucci’s new creative director, Alessandro Michele
Photos by Gucci.com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맨즈 패션위크를 제외하면 패션계는 확실히 ‘알레산드로 미켈레’라는 새로운 디자이너의 도약에 흥분하고 있다.
그는 구찌에서 모든 액세서리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무려 12년을 일했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지아니니를 위해서 무려 10년이란 시간을 감수했다.-게다가 그녀와 같은 학교 출신이다(Academy of Costume & Fashion in Rome)-. 그리고 2014 f/w men’s 콜렉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그는 지아니니로부터 갑작스럽게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았다.
놀랍게도 그는 그녀로부터 위임 받은 단 며칠 동안, 의상이나 디테일, 게다가 관객까지 거의 모든 요소를 여유롭게 장악해나갔다. 우리는 물론 혜성처럼 등장한 그와, 완벽히 미켈레의 쇼라고 부를 만 했던 데뷔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첫 번째 쇼에서 그가 달성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젠 그의 시그니쳐 라고도 부를 만한 ‘중성적인 로맨티시즘’ 이었다. 물론 프리다 지아니니가 선보였던 2015 남성 s/s 컬렉션도 꽤 멋지긴 했지만, 그 쇼는 본질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쿨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구찌의 세련되고 완벽하게 통속화된 구찌맨에게 오랫동안 의문을 품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커다란 리본이 달린 빨간 실크블라우스를 입은 긴 머리 남자 모델이 처음 걸어 나왔고, 이어서 섬세한 레이스와 아기자기한 퍼가 달린 로퍼, 그리고 구수한 냄새가 풍길 것 만 같은 빈티지한 코트나 니트웨어가 연이어 등장했다. 중성적 무드는 j.w 앤더슨의 그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즐거웠고, 구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인 ‘빈티지는’ 온갖 종류의 낡은 페이즐리, 옵티컬 프린트, 퍼, 스웨이드와 함께 오묘하게 빛났다. 우리는 미켈레가 구찌에 그토록 간단하게, 즉각적으로 하나의 새로운 헤리티지를 주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총 36개의 놀라운 룩이 선보여 진 후, 사람들은 모두 웅성거렸다. 구찌의 기존고객들에겐 실망할 만 한 쇼였고, 프레스들에겐 환영할 만 한 쇼였다. 그러나 반응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이 예수님의 형상을 한 겸손한 남자의 옷들은 최고의 매출을 올리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그들은 슈퍼스타의 주목할 만한 계보를 세우고 있다…
우리는 약간의 충격과 의심이 공존했던 그의 데뷔쇼가 끝난 후, 2015 f/w RTW 콜렉션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구찌의 여성복 콜렉션의 경우, 프리다 지아니니를 언급해야만 하겠는데, 여전히 그녀가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 된 직후 구찌에 일어났던 몇 가지 기적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시 모든 조건에서 하락세를 겪고 있던 구찌를 살린 것은 사실상 그녀였다. 동시대적인 오피스룩에서 시작해 오리엔트룩까지, 그녀의 통치아래 구찌는 현대적인 섹시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또한 매출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구찌를 단물 빠진 풍선껌처럼 만든 것 또한 그녀였지 않나? 그녀의 마지막 콜렉션이 소위 빅히트를 치긴 했지만 구찌는 지난 몇 시즌을 제외하곤 눈에 띌 만 한 정체기를 보여주었다. 매출 부진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름아닌 변화의 부재였으며, 구찌의 미학은 여전히 섹시했지만 늘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바와 같이, 그들이 당연하게도 또 다른 스타 디자이너를 찾아 떠날 것이라 믿었다.
여러분은 아마도 그들의 방식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매출곡선이 서서히, 혹은 급격하게 아래로 휘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뀔 것이란 전조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수석 디자이너를 떠나 보낸 후, 신선하고 뜨거운 이슈로 채워 줄 새 디자이너, 말하자면 또 다른 슈퍼스타를 찾아 떠난다.
슈퍼스타란 무엇인가? 그들은 90년대를 주름잡던 인물들로부터 시작한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에 이은 디올의 존 갈리아노,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구찌의 톰 포드. 이 영광스런 이름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냈고, 그 다음으로 필라티, 제스키에르, 라프, 에디, 스텔라, 피비 등이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마침내 오늘날엔 크리스토퍼 케인, 알렉산더 왕이나 앤더슨 등이, LVMH나 PPR과 같은 거대 그룹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아래 슈퍼스타의 아성을 지켜내고 있다. 한편 여기엔 과일가게 같은 럭셔리 그룹의 신조가 있다. ‘낡은 채소는 버리고, 더 달콤한 계절과일을 들일 것”
Kering Luxury Group(PPR)은 말하자면 오랫동안 이 신화의 살아있는 주역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플래그쉽 브랜드인 구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 모를 구찌의 한 오랜 숙련된 디자이너를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웠다. 또 하나의 서프라이즈 마케팅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내성적인 디자이너의 승진 덕분에 전 세계의 프레스들이 구찌를 위해 밀라노로 몰려든 것만은 사실이다.
미켈레가 구찌를 장악하는데 걸린 시간…
형광등이 켜지고, 관객을 둘러싸고 있던 좁은 런웨이를 통해 안경을 낀 묘하게 중성적인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선명하고 극도로 매력적인 빨간색 롱 플리츠 스커트가 첫 번째 룩으로 제시되었고, 곧바로 괴짜 모범생 남자 같은, 초록색 빈티지 가죽 정장을 입은 짧은 머리의 모델이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국의 재래 시장에서 볼 법한 털 달린 로퍼를 포함, 베레모와 빈티지 실크 블라우스, 드레스, 노란색 뿔테 안경 등, 모든 것은 극도로 편안해 보였고, 적어도 10년은 되어 보이는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이 온화한, 매력적인 필터의 향연 속에서, 왜 우리가 구찌에게 이런 종류의 흐트러짐을 상상해 본 적이 없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 우리는 구찌에게 잘 차려 입은 오피스 우먼이나 어두운 불빛아래 섹시하게 다리를 꼰 섹시한 여성만을 기대한 걸까? -물론 그는 모든 좌석 왼편에 준비해둔 한 이탈리아 철학자의 문구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우리에게 단서를 제공했다: “진정으로 동시대적인 자들은 시대와 완벽히 일치하는 자도, 그것의 수요에 적응하는 자도 아니다. 동시대성, 그것은 단절을 통해 부여된 시간과의 관계다.”
말하자면 저 꽃무늬! 손목에서 흔들리는 섬세한 레이스! 꾸깃꾸깃한 스카프! 저곳 어딘가엔 마치 오랜 커피얼룩이 묻어있을 것 같았다–그가 의도한 ‘기억을 머금은 드레스’도 완전히 성공했다-. 게다가 60년대 옵티컬 프린트! 목까지 잠근 블라우스! 그리고 스웨터에선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것들은 동시에 극도로 동시대적인 산물이었다.
결국 그의 두 번째 쇼였던 2015 f/w ready to wear collection에서, 섹시함 보단 관능미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미켈레의 말에 완전히 수긍할 순 없었지만, 어느새 구찌걸은 헝클어진 머리에 뿔테 안경을 낀, 빈티지한 꽃무늬 쉬폰 드레스를 입은 로멘티스트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리조트 컬렉션: 미숙한 패션 정글로의 여정…
수 없이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미켈레를 옹호했고, 몇몇은 그의 미학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2016 크루즈 콜렉션이 공개되었다. 먼저 이 콜렉션의 사조는 그들이 공개한 공식 패션 스토리 영상에서, 섬세한 꽃 아래 나풀거리는 핑크섹 실크를 목에 단 깡마른 잘생긴 남자 모델에게서 유효했다. 맨하튼 한 복판에서 발생한 이 패셔너블한 이벤트를 위해 22번가 전체를 잠시 폐쇄해야만 했고 그 곳에서는 정글 속 새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확실히 가을 콜렉션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빛 바랜 핑크와 선명한 보라색이 있었고, 당연히 엄청나게 섬세한 꽃이나 리본이 목을 감싸고 있었다. 특유의 중성적인 무드가 여전히 룩을 지배했다. 그러나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자면 더 ‘미켈레’스럽고 컬러풀했다.
돌체 앤 가바나 혹은 크리스토퍼 케인에서 발견될 법 한 꽃이나 잠자리, 뱀, 혹은 호랑이가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수놓아졌고, 메탈릭한 소재, 가죽, 퍼, 스웨이드, 그리고 특별히 퀼트가 자유자제로 변형되었다. 절정은 가방에서 발휘되었다. 구찌의 낯익은 아카이브를 머금은, 꽃이 만개한 가방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그에 대한 일종의 확신을 갖게 했다.
사실상 사람들이 미켈레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이 콜렉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젊음이 흘러 넘치는 콜렉션엔 최근 패션계에서 실종된 자유로운 감각과, 다름아닌 미숙함 혹은 순수함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숙함! 그것은 다른 이들이 지니지 못한 것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는 무엇이 고귀한 것이고 무엇이 하찮은 것인지 도저히 구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미학은 종종 지적이라기 보단 싸구려에 가까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바로 ‘그’ 로맨티시즘의 진정한 비밀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그의 수줍은, 그러나 가장 대담한 ‘순진함’을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그가 구찌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통찰력으로 선보인 2번의 ready to wear 콜렉션은 에디나 갈리아노의 컴백만큼이나 주목 받아 마땅하고, 조금 과장하자면 피비가 셀린에서 첫 쇼를 선보였을 때만큼이나 강력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인정하기에 앞서, 그가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바라건대, 이것이 또 다른 진부한 스타 디자이너의 탄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Contributor, Lee Seung Min
A freelance fashion columnist, Lee Seung Min tells about fashion, art, culture by his own unique view point more in-depth and make interesting.
프리랜서 패션 칼럼니스트인 이승민은 패션과 예술, 그리고 문화 전반에 대한 심층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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