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생명을 드리겠습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animation’
Images by Lee Ji Sun
평면의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은 그대로 멈춰서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세월을 보낸다. 그것들은 움직이고 그 움직임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 장의 그림은 그 안에 수학공식처럼 짜여진 구도와 상징들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기도 하지만, 얼어붙은 시간의 평면에 갇혀있다.
멈춤 없이 지나가고 벌어지는 나와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표현되어 기록되는 글과 그림들은 그 자체로도 서로 다른 모양을 갖고 그것들은 또 한번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갖는다.
한 장 한 장 필름 위에 빛으로 찍혀진 점들은 영사기를 통해 빠르게 지나가면서 한편의 영화를 만든다. 연달아 지나가는 장면들은 사람의 눈을 속여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듯한 움직임을 만들고 가만히 멈춰있던 그림은 영원히 떨어질 수 없었던 종이에서 떨어져 나와 배경을 무대 삼아 춤을 춘다.
시간을 담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한 장씩 그려진 그림들은 순간과도 같은 찰나의 시간 동안만 눈앞에 나타났다가 뒤이어 이어질 자신과 닮은 듯 다른 그림에게 무대를 양보한다.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20여장의 각각의 고정된 이미지는 한 방향으로 일정한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장면을 만든다.
단어자체가 ‘생명을 준다‘라는 의미를 갖는 애니메이션은 실제로도 영상 안에 담겨있는 허구의 주인공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주인공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과 눈망울, 주인공이 밟고 지나가는 풀밭에 잔잔히 부는 바람, 작은 소리로 시작해 주변의 모든 것을 적시는 빗방울과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까지도 창조되어 움직이며 살아간다.
움직임을 갖는 것들은 자연을 닮은 환상적인 색감으로 보는 이의 눈을 장악하기도 하고, 간결하고 단순한 점과 선으로 시각적인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 하던 장면은 에니메이션이라는 창조적인 시간과 공간의 무대에서 모두 가능해진다.
상상과 생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그려지는 만큼 그것들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효과들도 함께 발전해 나간다. 아이들을 미소 짓게 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만화영화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담고, 실험적인 시도들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영상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시공간의 개념을 다시금 질문한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부터 하나씩 시간을 더하고 무대를 만들고 움직임과 소리까지 더해서 창조된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시작과 끝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그 자체의 이야기를 담는다. 기승전결로 짜인 갈등과 해소 없이도 살아 움직이는 형태와 색은 화면의 프레임 안에서 그 존재의 움직임 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리 스스로는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기고 그에 따라오는 움직임들을 바라보는데 익숙하다. 멈추어있는 듯 고요한 하늘을 새가 파드득 가로질러 날아가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는 나무에서는 열매가 툭 하고 떨어진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움직이는 두 눈은 그저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꿈이나 상상으로 보았던 것들을 재현하고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하나의 기계적인 기술이자 창조의 가능성인 애니메이션은 삶을 불어넣어 장면을 완성한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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