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새롭게 태어나는 공간들 About the line and the fragment placed on the plane
Images by Lee Ji Sun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지난밤에 조용히 내려쌓인 눈처럼 비어있는 종이는 깨끗하고 하얗다. 그 위에 무심코 지나가던 새가 앉아 먼저 가느다란 발자국을 찍고 날아간다. 종이위에는 점이 생겼다.
안개가 먼지처럼 자욱이 쌓인 하늘은 하얗지도 파랗지도 않은 색으로 벽에 걸린 창문을 가득히 채운다. 바람 따라 전진하는 구름의 움직임도 눈부신 광선을 쏘는 태양의 흔적도 없이 허공과도 같다. 은근히 퍼지는 물의 향기를 느낄 때쯤 간지러운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창가에 맺힌다. 화면에 점이 맺혔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붙어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난다. 흰 벽엔 지나간 작품들을 지탱하다가 뽑혀나간 못 자국들이 남아있다. 고개가 돌아간 스팟들이 벽마다 시선을 고정시키고 바라본다. 흰 종이 위에 그려진 네모가 집이 되고 동그라미가 얼굴이 되며 벽에는 새로운 작업이 몸을 기댄다. 닫혀있던 면에 창문이 생겼다.
허공과도 같은 초점 없는 화면 속엔 검은 빛이 켜져 있다. 서로 다른 흔적을 지닌 창들이 평평한 화면에 걸려져 손길을 기다리거나 잊혀짐이 익숙한 듯 배경소리를 내고 있다. 겹쳐진 레이어들 중 가장 위로 올라온 테두리, 화면가까이 다가온 손가락의 움직임대로 화살표가 움직이고 선이 그어진다. 꺼져있던 방에 불이 켜졌다.
화려한 색으로 가득 찬 네모를 지나가 선으로 가득한 네모를 만난다. 시간이 춤추던 장면이 지나가고 공간이 일렁이는 장면을 만난다. 하나의 조각은 현재라는 몽롱한 무의식을 의식의 순간으로 응집시킨다. 완성된 작품은 날짜와 장소를 갖는다. 기억의 서랍에 사진 한 장을 더한다.
줄지어 기록된 자음과 모음은 각각의 소리를 머릿속에 울린다. 소리는 마음에 모아져 공간으로 퍼진다. 파편처럼 흩어진 낱말들은 단어가 되어 합을 이루고 서로 다른 오선지에 자리를 잡는다. 음표와 쉼표의 리듬에 맞춰 연주된 이야기는 한편의 삶을 구성한다. 퍼즐에 마지막 조각을 끼운다.
그리고 다시 조각을 쏟아낸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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