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dialogue’
Images by Lee Ji Sun
눈의 대화
바쁘게 교차하는 발걸음을 바라보는 사람, 핸드폰 위 손가락을 따라 이미지를 넘겨가는 사람, 길을 잃게 만드는 이정표를 따라가는 사람.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화가 없다. 현란한 색의 아지랑이에 초점을 잃었던 눈이 또 다른 눈동자를 만나 바라볼 것을 찾는다.
거울과 거울이 마주하듯이 내가 바라보는 것이 동시에 나를 바라본다. 눈을 마주하고 비로소 인사를 나누고 서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깜빡임을 틈타 잠시 벗어난 시선은 콧등을 따라 굴곡을 넘나들거나 눈꺼풀을 따라 주변의 공기를 느낀다.
표정의 대화
몇 가지의 옹알이만이 언어의 전부인 아이들은 울음소리에 표정을 더한다. 엄마의 웃는 표정에 함께 웃고, 찡그린 표정에는 금방 눈물마저 지어버린다. 철벽처럼 차가운 무표정을 깨고 나온 자그마한 표정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성의 문이 되어 열리고, 두꺼운 가면으로 짓눌린 얼굴은 원래의 표정을 찾기까지 한참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함께 돌아온 순간, 서로의 얼굴을 거울삼아 대화 속 닮아가는 표정으로 감정을 나누고 공감을 만든다.
이미지의 대화
언어가 존재하기 전 사람들은 표정과 손짓, 몸짓으로 언어화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려고 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벽과 바닥에 형태를 그려 보이곤 했다. 그들의 흔적이 셀 수 없는 해를 지나 우리에게 재발견되고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상상한다.
언어적 표현의 과포화 상태인 오늘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말과 기호대신 이미지를 빌려 대화한다. 한껏 설명하는 문장보다 귀여운 캐릭터의 몸짓으로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분위기를 공감하며 또 다른 캐릭터로 대응한다. 예술가는 얼굴을 드러내기 전에 자신이 녹아든 어떠한 형태의 이미지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소리의 대화
거리에는 말소리와 엔진소리, 바람과 음악소리로 가득하다. 순서와 질서 없는 소음들 중 귓등을 타고 들어온 소리로 하나의 문이 열린다. 대화는 비로소 듣게 되는 순간 시작된다. 하고픈 말이 가득한 사람에게 가만히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듯이, 말보다 들어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바탕 이야기 보따리를 늘어놓을 친구가 필요하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의 말은 요란한 음악과 소음 가운데 작게 퍼지는 소리를 잡아 들어줄 사람에게만 들리고,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먼저 말을 건네주는 사람만이 듣는다.
손의 대화
가까이에 앉아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딘가 멀리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손은 빠르게 메시지를 적고, 읽고, 또 적으며 끊길 듯 끊기지 않는 다중대화를 이어간다. 추운 겨울에도 장갑에 들어가 녹을 틈도 없이 손은 빠르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갈 길을 잃은 듯 뻘쭘하게 방황하는 손을 꼭 잡은 또 다른 손의 온기는 두 사람을 가만히 연결한다. 첫만남의 낯섦이 전해지는 악수에서 시작해서, 지친 사람의 어깨를 다독이는 손과, 맞잡고 기도를 전하는 손, 칭얼대는 아기를 토닥이는 손과 약속을 다짐하는 손가락의 엮임. 주름이 가득한 손 안에는 주름만큼 깊은 인연들이 남는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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