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세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Smile, you are still beautiful
Images by Hong Il Hwa
2015년도에 상영된 영화 ‘스틸 앨리스’는 부모님께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알츠하이머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하버드 여교수에게 찾아온 공포. 겨우 50세의 나이인 앨리스에게 암보다 무서운 알츠하이머가 다가온다. ‘차라리 암에 걸렸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렇다면 적어도 지적인 자신의 모습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으니깐.’
정말로 치욕적인 살인선고라고 여기며 자살 준비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리얼하게 영화속에 표현된다. 감동으로 눈물을 짜내기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인정하고 병, 노화, 죽음에 대한 근본적 삶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영화이다. 이보다 무서운 공포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내 스스로에게 공포로 다가왔으며 부모님에게는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아직도 위의 대사는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며 많은 혼동을 일으켰다.
위대한 화가들의 경우를 볼 때 평론가들은 또는 일반사람들은 자살한 작가에 대해 미화의 특권과 순수의 영혼이라는 전설을 덧붙여 준다.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이 타락한 세상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예술혼만을 불태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이런 식들의 수식들. 그 다음은 사고로 요절한 경우이다. 하늘은 천재를 사랑하기에 일찍 데리고 갔다는 표현이 줄을 잊는다. 이렇게 그들은 전설이 된다.
작가의 예술을 평할 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표현은 세상과 타협한 파렴치한 작가로 만들기 일쑤이다. 작가들도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가족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거늘 너무나도 많은 평론가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순수라는 틀로 작가들을 숨쉬지 못하게 가두어 버린다. 그렇게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이 순수라는 틀에 갇혀 헐떡이고 굶주리고 있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살다가 굶어 죽은 작가에게 순수 예술혼을 불태우다 갔노라 평하고 잊어버린다.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이리 흘러간 것은 작가가 치매에 걸려 생을 마감한 경우에 대해서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적어본다.
이 두 점의 제목은 ‘Madame’이다. 한국에서는 마담이라는 말이 잘못 와전되어 비아냥거리는 속어가 되었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의를 표현하는 존칭어이다. 그림 속 할머니들은 우리 주변의 할머니들이며 어느 누군가의 어머니들이다. 그 할머니들에게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고 옷이 날개라는 표현에 맞게 여왕의 옷을 입히고 그림으로나마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해맑은 웃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다.
여러 번의 겹쳐지는 터치로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린 그림이 아니라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속사로 그려나간 그림이다. 오랜 시간 그리면서 계속 다듬고 고치기 보다는 가급적이면 그대로의 인상을 담고 싶었다. 이 두 그림은 현대 여성의 미에 대한 풍자도 조롱도 극찬도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내 주변의 할머니들을 그릴 수는 있어도 이미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임종을 앞두고 계신 친할머니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에 그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정말 그려보고 싶지만 내가 정작 그려보고 싶은 두 할머니의 모습은 내 스스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Contributor, Hong Il Hwa
A Korean artist, Hong Il Hwa is a member of the Korean Modern Contemporary Printmakers Association, and a member of SONAMU artist association in Paris. He was attracted by public when he won the Chunghyun Mecenat young artist award in 2008.
홍일화 작가는 한국 현대판화가 협회 회원이자 재불 소나무 작가 협회 회원이다. 2008년에는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을 수상 등 다양한 대회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파리와 서울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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