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세요, 당신의 손은 아름답습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Hand’

6월 16, 2016 at 3:42 오후 , , , , , , , , , , , , , , , , , , , , 구불거리는 시간들, 네모난 얼굴들, 달, 동그란 이야기들, 동그란 이야기들 네모난 얼굴들 구불거리는 시간들, 순수예술,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오!재미동 갤러리,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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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by Lee Ji Sun 

땅과 물의 경계에 잠시 앉아 다가오는 파도에 살포시 손을 넣는다. 차가움은 금방 시원함이 되어 온몸을 정화하는 듯하고, 물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소리만큼 부드럽게 물은 손등 위를 타고 흐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공기를 휘젓고 물건들을 만지며 손은 주인의 얼굴을 닮아간다. 하나씩 그어지는 주름은 그만큼 깊고 빽빽한 경험을 남기고, 언제 생긴 것인지 모르는 상처는 시간을 타고 더디게 아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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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and turning back the sunshine(Daily sketch of 2016.04.05 & digital photography, 2016)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눈이 먼저 훑고 지나간 자리를 손이 따라간다. 눈으로 보았던 형형색색의 세상은 손가락 끝에서 빛의 이름을 잃고 따듯하거나 차가운, 부드럽거나 거친 촉각의 색을 입는다. 양팔에 달려있는 두 개의 손과 서로 쌍을 이루는 손가락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익숙하고 능숙한 도구가 되어 세상을 알아가고 스스로를 조각한다. 지쳐가는 눈이 허공을 바라보거나 잠시 감고 쉬어가듯이, 수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적어가던 손은 때때로 편안한 주머니 속이나 따듯한 이불 속에서 힘을 빼고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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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ght place to be(Daily sketch of 2016.05.25, hands of Yann Tiersen)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갓난 아기 때부터 손가락마다 새겨있는 지문은 그 사람만의 정체를 밝히고, 손바닥 위에 펼쳐진 굵고 잘은 선의 세계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운명처럼 읽히기도 한다. 어떤 이들의 손톱에는 알록달록한 장식이 반짝거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로움과 불안함에 자라지 못하고 뜯겨나간 손톱을 아슬아슬하게 달고 있기도 한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는 한때의 약속이나 다짐을 떠올리기도 하며 손목 시계는 정신 없이 펼쳐지는 세상의 시간에서 현재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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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 holding the sunshine(Daily sketch of 2016.04.05 & digital photography, 2016)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양손을 나란히 놓고 물 흐르듯 연주하는 손가락은 딱딱한 피아노의 건반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고, 비어있는 종이 위에 한편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며, 한데 어울려 기분 좋은 향을 내는 따듯한 음식을 담아내기도 한다. 디지털, 즉 손가락으로 해결되는 오늘날의 세상에는 기계가 인지하는 손의 움직임으로 상상보다 더 웅장한 가상의 세상을 간단하고 빠르게 펼쳐낸다. 그 와중에 손으로 직접 적어 건네는 편지나 온기를 담은 손의 맞잡음은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을 보다 따듯하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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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and and the hands(Daily sketch of 2016.04.28 & digital photography, 2016)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기억을 하나씩 만지면서 비어있던 종이 위에 옮겨 담는 일은 먼저 마음을 따르는 손의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종이 위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검은 점들을 채워갈수록, 그어지는 선은 눈과 손에 묻어나고, 또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손톱 끝에 남아있는 검은 잉크의 자국은 깨끗한 물로 씻겨지지만, 종이 위를 수놓은 글자와 선들은 손바닥 가득히 그어진 손금처럼 깊게 남아 그만의 삶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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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nd I(Daily sketch of 2016.04.25 & digital photography, 2016) – JiSun LEE, image source : JiSun LEE

작가의 작업과정은 습관과도 같은 반복적인 행위가 하나씩 쌓여 비로소 손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창조의 손은 오감으로 겪은 과거의 아주 사소한 조각들을 맞추며 현재의 생명을 불어넣는다. 손을 따라 그어지는 선을 다시 한번 따르는 손은 마음의 눈이 되어 닿을 수 있는 장면과 시간을 어루만진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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