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곧 당신입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Name’
Images by Lee Ji Sun
사람의 존재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 사람을 부를 무언가를 찾거나 만든다. 엄마의 뱃속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열심히 표현하는 태아에게는 별명과도 같은 귀여운 이름을 붙여 곧이어 만날 날을 기다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는 자신이 살아가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불려질 이름을 갖는다. 이름은 피로 이어져 부모로부터 내려오는 한 가족의 성과 부모의 소망, 혹은 가족의 약속 등을 따라서 갖게 되는 고유의 이름이 합해져 만들어진다.
수많은 서양인들의 이름은 과거 성인의 이름에서 비롯하여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성질 혹은 신화적인 사람의 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는 한 글자씩 의미를 담은 한자어를 빌려서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단어와도 같은 이름이 있다. 때로는 자신의 이름의 가치를 높이 사는 아버지가 같은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사주나 언어적 혹은 직업상의 각기 다른 이유로 처음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의자를 의자로, 책상을 책상으로 부르는 것이 지겨워서 자신만의 규칙으로 새로운 이름을 붙여 부르던 소설에서 그리듯이, 각각의 사람, 물건, 감정 등에 붙여진 이름은 단순한 언어적 기호를 넘어선 그 오브제 자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억이 지워진 사람이 다시금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인식하려고 할 때 그들은 지금 이곳이 어디이고, 왜, 어떻게 된 일인지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의식이 깨어져 바라보는 몸의 낯섦, 그리고 떠오르지 않는 이름. 이름이 없다는 것은 현재를 짚어줄 기억, 즉 자신의 과거, 나아가 역사마저 없는 것과도 같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 이름이 존재하고, 새로운 발명은 창조와 동시에 늘 새로운 이름을 동반한다. 보여지고 만져지지 않는 감정이나 느낌은 그 이름으로 더 구체적으로 보여지거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복잡 미묘한 성질을 다 표현해 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 복잡한 아름다움을 단순하게 잘라내 버리기도 한다. 하나의 물건에 붙여진 하나의 이름은 서로 다른 언어로 나뉘어 다른 발음과 억양으로 불리고, 각종 형용어구를 사용해 그 기능이나 역할, 특징을 밝히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다 들어보지도 못하지만, 들어본 이름 마저도 다 기억하지 못할 때 우리는 이름을 얼굴과 빗대어 닮은점을 찾아 인상에 남긴다. 스스로 만들거나 선택하지 않은, 하지만 나라는 생명을 만들어낸 이들이 선물처럼 전해준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되고, 그 사람의 얼굴이나 성격, 나아가 삶은 이름을 닮아간다.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수많은 존재의 부속물들은 하나씩 지워지지만, 그 이름이 남아 기억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이후에 불려지는 이름은 잔잔한 물잔에 회오리처럼 봉인되어 있던 모든 기억을 다시 한번 꺼낸다.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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