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호기심의 필요성 Hong Il Hwa’s art essay for September 2016
Images & Texts by Hong Il Hwa
공포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것들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는 마네킹, 석고상, 그리고 초상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초상화 속에 영혼이 깃든다고 하여 눈동자가 움직이고, 그림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공포영화 속 섬뜩한 소재로 사용된다. 2007년 상영된 베트남 초상화의 전설 ‘므이’라는 영화를 보면 ‘초상화를 보는 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라는 대사가 있다.
“므이 초상화에서는 정말 강한 혼령이 느껴졌데… 눈을 보고 있으면 므이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아서…”라는 대사로 영화의 예고편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는 사람을 그리기 좋아하는 초상화 작가이다. 그림을 그릴 때 제일 먼저 눈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림의 마무리 또한 눈으로 짓는다. 개인적으로 말로 하는 대화보다 눈으로의 대화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떠나 그림에 대한 공포 에피소드를 말하고자 한다. 수집가 분께서 새로운 작품을 소장하면 반드시 회사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식당이나 회사내 헬스장, 사무실 복도에 그림을 걸어 놓으신다. 내 초기작 그림들은 지금 그림들에 비해 눈이 훨씬 더 과장되면서 앞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5 점의 그림이 헬스장 입구 벽면에 걸려져 있었는데 이 그림들이 무섭다고 헬스장에 못 가겠다고 회사 회장님께 탄원해 회사 내 미술관으로 옮겨졌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한국에서의 초상화를 보는 것이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기에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은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경우가 있기에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한국 화가 중에 여성의 우아한 한복의 뒤태를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는 정모 화가가 있다. 이 화가의 작품이 회사 식당 내 걸려져 있었다. 화려한 한복의 질감과 장신구 그리고 자수의 섬세함이 정교하게 표현된 그림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 걸려 있지 못했다. 이유인즉 한복치마 밑에 발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림 속 한복을 입은 여인이 밤마다 회사를 돌아다닌다고 소문이 돌아 무섭다는 이유로 오래 걸려있지 못했던 것이다.
작가들에게 있어 혼이 깃든 그림을 그린다는 것만큼 좋은 찬사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초상화에 대한 어려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눈이 너무 좋아 그 눈빛에 반해 내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눈이 무서워 내 그림이 무섭다고 하는 이들 또한 있다. 익숙한 초상화의 작업 중에 환경오염을 주제로 작업한 그림들이 있다.
미를 위해 무작위로 파괴되는 자연을 검은 석유와 동물의 허물로 빗대어 표현하였다. 이 시리즈를 접하는 전시 관람객들 중에서도 단지 검은 액체가 흘러내린다는 것 때문에 무서워서 못 보겠다고 하는 일도 있었다. 무섭다고 하는데 뭐라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단지 아쉬운 것은 무섭다고 모른다고 무조건적으로 단절하기 보다는 좀 더 다양한 시선과 호기심을 가져주길 바랄 뿐이다.
Contributor, Hong Il Hwa
A Korean artist, Hong Il Hwa is a member of the Korean Modern Contemporary Printmakers Association, and a member of SONAMU artist association in Paris. He was attracted by public when he won the Chunghyun Mecenat young artist award in 2008.
홍일화 작가는 한국 현대판화가 협회 회원이자 재불 소나무 작가 협회 회원이다. 2008년에는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을 수상 등 다양한 대회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파리와 서울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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