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지선의 예술 탐구생활, ‘집에 관하여’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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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home (video, 2012) – LEE Ji Sun

Images by Lee Ji Sun

정신 없이 반짝거리던 꿈에서 깨어난다.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 소리도 들려온다. 창 문 너머 오늘 아침의 하늘은 어떤 색으로 물들었는지 바라본다. 형태가 없는 구름이 한 가득 얇게 깔려있는 듯, 흰색도 회색도 아닌 익숙한 색의 아침이다. 눈을 비비고 창문을 연다. 지난밤 꿈 때문에 쾨쾨해진 머릿속을 깨끗한 아침 공기로 조금 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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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Éphémère (ink on paper, 2012) – LEE Ji Sun

방 안에 내가 깨어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뜰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준 나의 방은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다가 아침을 내어준다.

매일 같은 순서로 훑고 지나가는 집 안의 동선에서 어제 지나간 말들과 바라봤던 얼굴들이 이따금씩 떠오르다가 곧 사라져버린다. 어제와 같은 커피향이 구석구석에 퍼지고 어제와는 다른 옷을 입는다. 조금씩 바뀌지만 어느 정도 일정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살림살이는 수시로 만져지고 옮겨지고 닳아 없어졌다가도, 다시 그 자리로 혹은 그 근처로 그리고 새것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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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Alone 2 : Lost in New York (Film, 1992) – Chris Columbus -image source : www.fanpop.com-

눈 앞에 남아있는 잔상 찌꺼기들은 먼지가 덮힌 거울과 함께 닦아내고, 별 이유 없이 모아놨던 종이조각들은 잘라낸 손톱과 함께 버린다. 어제의 영수증을 확인하며 누군가와 음식을 나누던 시간을 서랍에 넣고, 오래되어 쓸모 없는 기억들은 버리려고 꺼냈다가는 다시 한번 잡동사니 상자에 넣어둔다. 책장에 세워놓은 작은 모형을 똑바로 놓다가, 지난 여름에 함께 시간을 보낸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엄마의 음식 냄새를 맡고 그 가득 찬 공기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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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TOUR (video, 2014) – LEE Ji Sun

아침이면 공사가 시작되는 큰길 쪽 건물은 기둥을 무너뜨리고 벽을 허물 때만큼 시끄럽지는 않다. 그곳은 또 다른 복합기능을 가진 건물이 세워져 새로운 단장을 하고 발걸음을 잠시 멈춘 동네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매일같이 허물어지고 세워지는 집들 사이에서 우리 집은 나와 함께 망치와 크레인을 피해 다닌다. 오전이면 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길을 걷고, 사람들을 만난다. ‘나의 집’이란 단순한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감각들과 연결되어 구성되는 관념적인 곳(혹은 것)이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세워지고 사라지기도 한다. 진정한 휴식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간다. 그곳은 사소한 것들에 대한 추억과 익숙한 느낌에서 완성되는 시공간이자 감각의 뼈대로 세워진 현재의 보금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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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E (Film, 2008) – Andrew Stanton & Pixar Animation Studios – image source : http://cinephilefix.files.wordpress.com –

기억은 자신만이 경험한 과거에서도 비롯되지만 동시에 그 장소가 겪은 과거에서도 온다. 바라보는 물건 하나하나는 그것의 추억이 서려진 다른 순간들을 떠올린다. 점점 더 많이 자리를 옮겨 다니는 오늘의 사람들은 지나가는 장소들에 흔적을 남기고, 그럴 곳이 없는 사람들은 어느 곳이나 지금의 집이 되는 길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한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leejisun.blogspot.kr/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leejisu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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