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에 관한 짧은 소고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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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aes by Lee Ji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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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the party(Digital photography, 2014. Paris), image source : LEE Ji Sun

작고 단단한 씨앗에 금이 가고 병아리가 깨어나듯 새싹이 태어난다. 촉촉한 흙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땅속에서 조금씩 고개를 들고 웅크렸던 몸을 들어서 싹을 틔운다. 비로소 문을 열고 땅 위로 고개를 내밀면 싱그러운 초록빛이 세상에 나온다. 햇빛으로 샤워하고 빗물로 식사하며 하늘을 향해 자라난 키만큼 길고 단단하게 뿌리를 뻗는다. 어린 초록빛은 서서히 흙을 닮은 황토 빛을 띄우다가 뜨거운 태양빛에 진한 밤색으로 그을려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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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Ink on paper, 2013), image source : LEE Ji Sun

손가락 마디마디 뻗어나간 가지에는 작은 아기날개들이 때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매달려 있다. 몇차례 해와 달이 지나가고 종류별로 새들이 다녀가면 감았던 눈을 뜨고 손바닥을 열어 성숙한 날개를 펼친다. 바람을 따라온 사람들은 말없이 견고한 나무기둥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몸을 일으켜 떠나간다. 풍성하게 매달려있는 푸른 잎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과 아쉬움의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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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uilles II(cut paper, bound object, 2014), image source : LEE Ji Sun

잎들이 숨겨놓은 가지 사이에 자리잡은 새집에서 태어난 아기 새들이 어느새 날아올라서 세상여행을 떠나고 뜨겁던 햇빛도 잦아지는 바람에 서서히 식어간다. 조금 더 일찍 얼굴을 보이는 달은 녹색빛을 담아가고 노랗고 붉은색을 드문드문 칠해놓는다. 탱탱하고 매끄럽던 잎의 표면에는 섬세하게 이어진 결이 드러나고 주름은 점점 더 깊게 그려진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색색의 꽃을 피우고 달콤함이 가득 맺힌 열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잎은 가지를 움켜쥐던 손을 놓는다. 가을 빛 향기를 머금은 바람에 몸을 맡겨 아주 잠시 동안의 비행을 마치면 잎은 낙엽이 되어 자신을 품어주던 땅 위에 살포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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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lmost Ephimeral Autumn(Installation view, 2009) – Luzinterruptus, image source : www.luzinterruptus.com

한 겹, 한 겹 쌓여가는 낙엽은 점점 더 차가워지는 표면의 마지막 온기를 지킨다.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점점 더 높아지고 저 위에 매달린 꽃잎도 달에게 색을 내어준다. 사이사이 물방울처럼 영근 열매들은 당장이라도 낙엽위로 떨어질 것만 같다.
딱딱한 시멘트 위를 지나가던 메마른 발자국이 바사삭 거리며 낙옆을 밟는다. 화창하던 여름날을 아쉽게 보내고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거나 새 자리를 찾을 시기, 꽃송이도 열매도 모두 떠나간 나무의 발 밑에는 자리를 떠나지 않은 낙엽들이 한구석에 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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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Montand singing ‘Les Feuilles Mortes’ at Olympia(Video exerpt), image source : www.youtube.com

소리 없이 내렸던 부슬비는 메마른 표면을 촉촉하게 적시고 빛 바랬던 색깔들을 한껏 다시 살려낸다. 더 붉어진 잎들은 나뭇가지에 엉켜있는 조명과 더불어 길거리를 화려하게 어지럽힌다. 길어지는 밤에 들떠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채이고 밟힌다. 그리고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이들의 손에 마침내 보금자리를 떠난다. 낙엽은 지나간 추억이 되고 새 계절의 양분이 되어 돌아온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leejisun.blogspot.kr/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leejisu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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