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 속 마들렌이 궁금합니다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memory, first part’

6월 16, 2015 at 5:28 오후 , , , , , , , , , 순수예술,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예술가 인터뷰, 이지선, 인터뷰, 작가 인터뷰,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파리, 파리소나무 작가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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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by Lee Ji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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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man trying to forget(mixed media on paper, 2011) – LEE Ji Sun

일을 마치고 해가 저물 무렵 집에 돌아온다. 익숙한 길을 따라 망설임 없이 걷던 발걸음이 순간 속도를 줄인다. 52. 건물의 적혀있는 번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이곳이 집이 틀림없다. 매일같이 마주하는 문 앞에 다다를 때면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간다. 아침에 마신 커피 향이 아직 조금 배어있는 집은 나서기 전과 같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거울 속에 비친 귀가한 나의 모습은 아침에 준비를 막 마치고 바라볼 때와는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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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man trying to forget(mixed media on paper, 2011) – LEE Ji Sun

지금 내가 들어와있는 이 공간은 특별하게 내 감각을 자극시키지 않는다. 눈을 사로잡는 형태나 요란한 소리도 없다. 하지만 눈길이 마주치는 물건들 하나하나는 그것을 처음 만난 곳 또는 이곳에 도착한 날, 낯설거나 반가운 촉감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된 나무와 돌이 부서지고 쌓아져 지탱하는 공간은 현재의 공기를 담는다.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과거의 자취가 모여 만들어진다. 느끼지조차 못할 짧은 찰나의 순간은 과거 여기저기를 매만지고 흘러와 현재를 지나간다. 덧없이 흘러가는듯한 시간은 가지각색의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수많은 이름들로 불려지며 형태를 만들고 또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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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man trying to forget(mixed media on paper, 2011) – LEE Ji Sun

눈 속에 들어왔던 빛깔은 한 겹 한 겹 쌓여 내면의 색을 만들고 눈 앞에서 춤추었던 점과 선들은 화려했던 무대를 뒤로하고 퇴장한다. 의식의 화면에서는 선명했던 얼굴이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자그마했던 새싹이 어느새 꽃봉오리를 피었다가 심지어 시들어버리기도 한다.
구조를 알 수 없는 생각의 성에는 셀 수도 볼 수도 없는 기억의 방들로 가득하고 방안에는 또 라벨이 없는 서류들이 다양한 서랍에 순서 없이 쌓이고 또 쌓인다. 뭉뚱그려진 지도 한 장을 들고 보물섬을 찾아가는 길에서 예상치 못한 모험들을 마주하듯이, 꽁꽁 숨어있는 하나의 추억을 찾으러 구불거리는 깜깜한 복도를 헤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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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man trying to forget(mixed media on paper, 2011) – LEE Ji Sun

그리고 우리는 기억을 찾는다. 어두운 방에 자그마한 조명이 켜지고 떠올리려 했던 모습이 눈앞에 맺힌다. 누군가가 주고 간 마들렌을 한입 베어 물고 떠올리는 어린 시절은 오감을 자극하는 다차원의 의식으로 현재의 몸을 이끈다.
불쾌한 냄새가 불러오는 애틋한 감정은 지금의 마음에서도 어렴풋이 붉어지고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는 또 다른 움직임이 아른거린다. 튀어버린 레코드 판이 하염없이 같은 부분을 반복하고, 재생되던 영상이 버퍼링에 버벅대듯이, 잠시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일상의 의식의 바다에 떠오른 기억 한 조각은 현재의 표시가 되고 미래를 향한 길잡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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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man trying to forget(mixed media on paper, 2011) – LEE Ji Sun

두 개의 눈이 보았던 장면들은 기억의 회로를 타고 몸과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다가, 필요한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금 벌떡 일어나 과거와 현재를 겹쳐놓는다. 몸 밖에서부터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들은 매 순간 이미 몸 안에서부터 기다리고 있던 것들과 만난다. 끝도 약속도 없는 만남들에서 나와 기억은 서로를 자극하고 서로에게 더하며 함께 흔적을 남기고 또 다른 이들의 기억과도 교차하며 기억으로 가득한 세상을 조각한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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