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녀린 검은 점 하나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Notes on the ink’

11월 24, 2015 at 5:42 오후 , , , , , , , , , ink, , , 소나무 작가협회,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이지선, 잉크,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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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by Lee Ji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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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ous Drawings(partial view of the drawing, 2010) – LEE Ji Sun / image source : LEE Ji Sun

티끌 하나 없는 유리구슬은 연약한 빛 마저 고스란히 동그란 몸집에 담아 가장 진하고 밝은 점을 만들어 품는다. 어디로든 막힘 없이 굴러갈 준비가 되어있는 동그란 물방울은 차가운 허공을 가로질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투명한 물방울과 한 가득 몸을 섞고 있던 검은 알갱이는 바닥 위 거친 표면에 닿으면서 깨져버리고 산산 조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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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in progress(Spring of 4 seasons, 2015) – LEE Ji Sun / image source : LEE Ji Sun

불꽃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 쌓여있는 재의 가루를 모은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되지 못한 연필가루를 모은다. 콧바람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끈끈한 물과 섞어 방울을 만들고, 거칠고 단단하던 표면에 반짝이게 매끄러운 질감을 입힌다. 유리창과 같이 건너편의 모습을 담던 물방울과는 다르게 먹물의 방울은 검고 어둡다. 실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하게 담겨있는 잉크의 윗면은 거울처럼 깨끗하게 앞에 비치는 모습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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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ous Drawings(partial view of the drawing, 2010) – LEE Ji Sun / image source : LEE Ji Sun

한 올씩 조용하게 엮여있는 붓, 뾰족하게 갈려있는 깃, 혹은 매끄러운 곡선의 촉. 손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다양한 기구들은 검은 우물에 풍덩 빠져서 파도를 일으킨 후 몇 방울의 검은 물을 담아간다. 먹을 실은 둥그스름한 주머니에 달린 뾰족한 촉은 곧이어 하얗게 펼쳐진 종이 위에 앉는다. 메마른 땅, 비어있는 배경에 소리 없이 잉크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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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in progress(shooting views for video Roundworld, 2015) – LEE Ji Sun / image source : LEE Ji Sun

한 방울의 점을 시작으로 붓이 춤을 추고 붓을 따라 먹은 선을 그린다. 지나간 선의 길에는 나무가 뿌리내리듯 종이의 결을 따라 잉크가 퍼진다. 물을 따라 메말랐던 하얀 땅을 적시고 비어있던 얼굴에 표정을 그리며 검은 점과 선들은 주인공이 되고 풍경이 된다. 날카로운 촉만큼 가늘고 긴 실이 엮이고 엮여서 종이 위를 가득히 수놓는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다섯 개의 손가락은 섬세하고 강하게 펜의 몸뚱이를 부여잡는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펜은 춤을 추고 그 끝에 맺히는 먹물은 한자 한자 정성 들여 글자를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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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ous Drawings(partial view of the drawing, 2010) – LEE Ji Sun / image source : LEE Ji Sun

선의 끝은 또 다른 선을 만나고 지나치고 겹친다. 활짝 핀 꽃이 되며 눈을 속이는 면이 되거나 영원히 기억될 말이 된다. 한 방울의 검은 점으로 시작되어 매끄러운 백지 위에 한바탕 지나간 먹의 이야기는 마침표로 끝이 난다. 마지막 점이 마를 때쯤 우글쭈글 울어버린 표면은 흔적을 담아 굳어지고, 계속해서 소리 없이 뻗어가던 가늘고 검은 뿌리들은 성장을 멈춘다. 투명한 물방울들이 검은 알갱이들을 모두 제자리에 옮기고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가득 찬 종이의 무게는 비어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먹은 종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하나가 되었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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