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리운 곳, 오 마이 스위트 홈 Lee Ji Sun’s art life of research, ‘About the Home, part two’

8월 17, 2016 at 2:57 오후 , , , , , , , , , , , , , , , , , , , , 구불거리는 시간들, 네모난 얼굴들, 달, 동그란 이야기들, 동그란 이야기들 네모난 얼굴들 구불거리는 시간들, 순수예술, 아트엠콘서트, 아트엠플러스, 오!재미동 갤러리, 컬쳐엠, 컬쳐엠 매거진, 파리,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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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by Lee Ji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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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ar in Seoul-Incheon(Digital photography, 2015)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삶의 어느 순간에 한번의 외로움을 겪은 후에는 더 이상 그것을 배제하고 살 수 없는 것처럼, 한번 떠남을 결심한 사람은, 늘 떠나는 사람이 된다. 갈 곳이 있다는 것과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긴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식이자 안심이다.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에 불안함, 지도에 그려진 길들의 구조와 나를 향해 다가오는 듯한 처음 보는 벽들.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고, 벅차고, 궁금하고, 그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느껴진다. 처음을 넘어 익숙해진 길은 때론 핸드폰이 눈을 가리고 이어폰이 귀를 막아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불 꺼진 복도같이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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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train between Geneva-Paris(Digital photography, 2015)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정해진 일정을 따라가는 것은 그렇지 않은 길을 처음 걸어가는 것과는 다르지만, 길의 끝이라는 곳에 다다르면 비슷비슷한 마찬가지의 입장이 된다. 몸은 크고 작은 추억과 흔적을 잔뜩 지녀서 하염없이 무겁고, 꿈인 듯 현실인 듯 지나가버린 지난 시간과 밟고 있는 땅의 낯설음이 한데 섞여 마음은 멍하다. 덩그러니 기다리던 그다지 편하지 않던 침대도 그 어떤 곳보다 따듯하게 안아주는 잠자리가 된다. 비어진 집은 나로 가득 차고, 나의 것으로 가득했던 집은 또 나로 인해 텅 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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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car in Mont-Saxonnex(Digital photography, 2015)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꾼다. 부동산 이야기가 되고 돈 이야기가 되어 순수한 로망이나 소망은 빛 바래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나의 집을 꾸린다는 것은 의식주를 기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희망하는 일이다. 유럽의 칸칸이 나눠진 작은 스튜디오들은 놀랄 만큼 다양한 구조와 특징을 지니고, 부모의 품을 처음 떠난 젊은이들의 거처가 된다.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듯 오래된 가구들이 지나간 사람들이 하나씩 얹어놓은 서로 다른 취향의 물건들과 섞여서 어떤 형용사를 붙이기 어려운 향기를 낸다. 세상의 시간과 함께 나이든 젊은이는 잠시 머무른 집을 떠나고 새로운 젊은이가 들어와 새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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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us number 82 in Incheon(Digital photography, 2015)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경계가 희미해져 가는 국경이 여전히 혼잡하게 그어진 오늘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태어난 곳을 떠나 표류한다. 어린 시절 오래도록 살던 집에서 처음 이사를 해서 들어간 새집은 그 모습이 어떻든 좋기보단 싫지만, 문을 열고 닫아가며 지나가는 만큼 익숙해지고 편안해진다.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주인의 먼 발자국 소리에 이미 귀를 쫑긋하고 밖을 바라보듯, 집으로 향하는 주인의 머릿속에도 이미 집안 풍경이 뚜렷하다. 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하나의 유물로 보존되는 집들 주변에는 다양하게 조립되어 살아가는 가족들의 다녀가는 일시적인 집들로 가득 매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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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RER C in Paris(Digital photography, 2015) – JiSun LEE(image source : JiSun LEE)

나의 집은, 어딘가 다른 곳에 살아가는 와중에 마음속에 남아있는 기억이기도 하고, 하루를 마치고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가 몸을 누울 수 있는 작은 침대이기도 하다. 각각의 조각이 흩어져 있다가 때에 따라 퍼즐 맞추듯이 한데 모이는 곳, 돌아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이 집이 된다. 떠난 이의 집은 길거리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처럼 그 어느 곳에도 없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은 그곳을 살아갈 때의 삶을 동반한다. 여러 번의 이사를 거쳐 지내는 파리의 집과, 캐리어를 잠시 풀어놓고 아침을 여러 번 맞이하는 부모님이 있는 한국의 집. 거기에 더해서, 이따금씩 다녀가는 제네바의 집, 몇 년째 정리중인 교수의 집, 여행을 하면서 거쳐가는 수 많은 집들이 얽히고 설켜 지금의 나의 집을 만든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artleejisun.com/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artleeji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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