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n ‘About the shadow’ by artist Lee Ji Sun 그림자의 존재론적 가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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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d Youth(installation view, 2000) – Tim Noble & Sue Webster(image source : www.timnobleandsuewebster.com)

Photos & Text by Lee Ji Sun

별마저 반짝이기를 멈추고 모두가 잠들었던 밤이 지나면, 보랏빛 새벽을 지나 아침이 온다. 곧 세상에 불이 켜진다. 빛이라는 것은 생명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우리 집 창 밖 풍경이나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의 생김새, 볼펜으로 써 내려가는 글씨체를 볼 수 있게 하며 매 순간 변화하는 다양한 색깔들로 사물을 물들인다.

그리고 빛을 받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그림자를 갖게 된다. 밝음과는 정반대인 어두움에서부터 생기는 그림자는 영화 속에서 무서운 야수의 등장이나 숨어있는 범인의 존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거나 문학작품에서 죽음을 표현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그림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잠들기 전에 이불 속에서 벽을 바라보며 하던 손가락 그림자 놀이처럼 늘 익숙하게 봐왔던 이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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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age(detail of illustrated accordion-fold book, 2000) – William Kentridge(image source : www.e-flux.com)

심리학자 카를 융은 그림자를 통해 자아의 부정적이고 결여된 면 혹은 의식이 억압하는 무의식의 부분을 이미지화 했고,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를 자아로 통합하는 것이 자기 실현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영원히 아이로 살아가려는 피터팬이 도망간 그림자를 붙잡아서 다시 신발밑창에 꿰매는 것처럼 그림자는 잠시 사라졌다가도 다시 발 밑에 나타나서 주인을 졸졸 쫓아다니고, 움직이는 대로 따라 하다가도 앞서서 먼저 걸어가기도 한다.

그림자는 실제 모습을 평면의 실루엣으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물체와 꼭 닮았지만 그림자 속 얼굴에는 표정이 사라지고 입고 있던 옷의 무늬나 색깔도 사라진다. 이런 특징을 사용해서 동서양에서는 예전부터 작은 무대 위 마치 꿈같은 장면으로 가득한 그림자 연극을 해왔다. 화려한 의상이나 분장 없이도 관객들은 그림자의 움직임과 거기에 더해진 목소리를 통해서 인물의 얼굴과 배경을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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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nd I, Horizontal (III) (installation view, 2007) – Anthony McCall(image source : www.lesabattoirs.org)

과학적인 접근에 더불어서 많은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은 이런 마법 같은 빛과 그림자의 작용을 연구해왔다. 근대 사진작가이자 바우하우스의 교수로도 재직했던 라즐로 모홀리 나기는 빛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하며 빛과 그림자로 공간을 장악하는 설치기계작품을 만들었다. 조각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방향에 따라서 같은 볼륨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해서 조명과 채광이 중요한 건축에서도 빛과 함께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활용한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구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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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none(animation video, 2010)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현대미술에서도 그림자는 꾸준히 좋은 소재로서 직,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쓰레기 더미에서 만들어 지는 사람의 그림자로 유명한 듀오작가 노블과 웹스터나 구겨진 종이에서 엄마와 아이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일본작가 쿠미 야마시타는 장난스럽고 거짓말 같지만, 사실 물체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하는 그림자를 이용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안토니 맥컬의 설치작업은 단조롭지만 강력한 프로젝터 빔을 통해 관객의 존재 자체를 그림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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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mes(paper frames, installation view, 2012) – Lee Ji Sun(image source : Lee Ji Sun)

빛이 없이는 그림자도 지지 않듯이 그림자가 없는 세상은 아마도 밋밋해져 버릴 것이다. 음과 양의 균형이나 흑백의 단조롭지만 무궁무진한 조화처럼 그림자는 눈부시게 밝은 빛에 윤곽을 주고, 납작한 실루엣으로부터 비밀스러운 상상을 가능케 한다.

 

 

SONY DSCContributor, Lee Ji Sun

Lee Ji Sun is a young Korean artist, who does activity in Paris, France. CultureM Magazine releases her art works images by drawing, writing, video, photograph in every month. http://leejisun.blogspot.kr/

이지선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여성작가이다. 회화, 비디오, 사진, 글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컬쳐엠이 소개한다. http://leejisu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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